환자는 따뜻하고 친절한 인상의 60대 초반 여성입니다. 딸과 함께 내원했지만 근심이 가득하고 풀이 죽은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2–3년간 기분 저하, 피로감, 우울감이 심해지고 건망증이 잦아졌습니다. 환자는 성격이 매우 다른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본인은 외향적이고 낙천적이며 털털한 반면, 남편은 부지런하고 꼼꼼하며 비판적이어서 집안일로 잔소리가 잦다고 했습니다. 젊을 때는 만성 질환으로 고생했고 30대에 자궁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약 2–3년 전 치주 질환으로 치아 건강이 나빠져 치아를 잃었습니다. 틀니를 앞두고 있는데 늙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외모에 대한 주변의 말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사회적으로 점점 단절되어 고립감과 함께 늙어간다는 부담, 쓸모없다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기억력 문제도 심해져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자율신경계 검사 결과 교감신경 활성은 낮고 부교감신경 활성은 높은 불균형이 확인되었습니다. 맥은 약했고, 혀는 다소 붉고 건조하며 설태가 거의 없었으며, 얼굴은 다소 창백했습니다. 감정에 영향을 주어 우울로 이어지는 "심비혈허(心脾血虛)"로 진단했습니다. 치료 계획에는 한약, 침, 뜸, 한방 정신요법이 포함되었습니다.
- 2주 차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집에 걸어 둔 "감사" 액자를 보는 것이 짜증이 날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 4주 차에는 처음에 치료 효과를 의심했지만 이제 마음이 밝아지고 우울감이 줄었으며 남편의 잔소리에 덜 짜증이 난다고 했습니다. 늘 따라다니던 피로감이 줄어 봉사와 교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습니다.
- 8주 차에는 사회 활동과 교회 일정으로 바빠져 치료 시간이 줄었기에 한약 위주로 치료를 전환했습니다.
- 10주 차에는 최근 남편과 서로 늙어가는 모습에 대해 한바탕 웃었다고 했습니다. 평소 무뚝뚝한 남편도 함께 웃었는데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줄었고 잔소리도 줄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 12주 차에는 늙어가는 외모나 깜빡하는 기억력이 떠오를 때 가끔 우울해지긴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근심스럽고 슬픈 표정이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이 늘었습니다.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우울감이 줄고 회복도 빨랐습니다. 이제는 나이듦과 함께 오는 변화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남편과의 관계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
우울증은 기질적 원인 없이 심신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크게 심리 증상과 신체 증상으로 나뉩니다.
심리 증상
- 우울한 기분: "기분이 가라앉는다", "흥미가 없다", "마음이 무겁다", "의욕이 없다"로 표현되는 감정. 때로는 "무기력하다", "끈기가 없다", "기억력이 나빠졌다"처럼 단순히 억제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 초조: "안절부절못하겠다"고 흔히 표현되며, 심하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방 안을 서성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곁에 있으면 다소 덜해지지만 혼자 있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자신감 상실: "바보가 된 것 같다",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같은 말로 자존감과 자신감의 상실을 표현합니다.
신체 증상 — 신체 증상은 양극성 장애의 우울 삽화보다 단극성 우울증에서 더 흔합니다. 초기에는 막연한 신체 불편감이나 피로감이 있을 뿐 뚜렷한 신체 증상이 적습니다. 극도의 우울 상태(우울성 혼미)에서는 신체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 만성화·지속화되면 심리 증상은 줄고 신체 증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체 증상은 크게 소화기 증상, 순환기 증상, 신경계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화기 증상은 우울증 초기에, 순환기·신경계 증상은 만성화될수록 두드러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을 흔히 "양실증(陽實證)"의 관점에서 보고,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춘 한약과 침으로 치료합니다.